쓰려고 앉았는데 30분째 폰트만 고르고 있다. 줄간격을 두 번 바꾸고, 색상 토큰을 한 번 더 정리했다. 글은 한 줄도 안 쓴 채로 빌드 로그만 길어진다.
도구가 마찰을 만든다. 처음에는 도구를 잘 다듬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믿고 시작하는데, 어느 순간부터는 다듬는 일 자체가 일이 되어버린다. 본 작업의 자리를 도구가 차지한다. 빠르게 빠져나오지 못하면 그 날의 시간은 도구의 것이 된다.
그래서 가끔은 일부러 거친 도구로 쓰는 게 낫다. 노트 앱을 열고, 폰트를 바꿀 수 있는 옵션이 없는 곳에서, 그냥 쓰는 것. 마찰이 도구에 있지 않고 사고에 있어야 한다.